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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아내 6
김문보의 사랑연곡
혁명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계집이나 사나이나, 영웅호걸 이라도 실 끝 같은 목숨 없어지면 그뿐이다. 내 설혹 회유하는 글 쓰더라도 영웅호걸인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나더러 시킬 것이 아니라 너희 맘대로 해라, 나는 아니 쓴다."
일본 순사대가 삼수 갑산 집까지 찾아와 남편께 작위 주겠다며 회유 편지 쓰라 하자, 홍범도 아내 이씨부인은 단호히 거절했다.
부인은 끌려가 고문 당했다. 혀 깨물며 항거했다. 고문 여독으로 죽고 말았다. 위대한 아내, 혁명의 아내였다. 잊어버릴 뻔한 전설의 아내, 장군의 아내였다.
*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혁명의 아내는 면면히 이어진다. 골짜기 검은 신은 죽지 않는다. 버들강아지 은하에서부터 꽝철이와 싸우던 그 아리아씨, 신비의 눈빛 반짝였다. 그가 풍덩 빠져 살던 눈동자였다.
조용히 치마를 끌렀다. 치마폭 위에 한 문장 적었다. 애정표시로 자라발가락 그려넣곤 가위와 고추를 싸맸다.
"나의 어린왕자, 댄둥이시여. 시대의 천재이신 당신께서 만약, 이 굥꽝철이 시대에 비굴하게 사신다면 고추를 잘라 버리세요. 나는 당신을 아니 볼 것이어요. 다음생에 가서나 볼 것이어요."
* 이 시대 사내들을 향한 문장이다. 천재라 뻐기는 지식인들 향해 사명 다하라 촉구하는 메시지다. 얍삽한 자들에 대한 경고이다. 손가락 잘라야 할 거짓말쟁이, 국민 버린 자에 대한 조롱이다.
때는 바야흐로 굥꽝철이 시대, 부동시 군대도 안갔다 온 자가 입만 열면 반공 멸공 전쟁선동 국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그 새 동족간 1차 전쟁도 있었지. 전쟁이후 다시 73년, 일제 물러가고 자주독립 꿈꿨는데, 미제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군사권도 없이, 대통령이 총독노릇 하는 나라 되고 말았다.
2023. 8. 29 김문보
------------------------------------------------- # 버들강아지 은하 : 10만광년 너머 우리 은하계에 붙어있는 임의의 다른 은하계.
# 아리아씨 : 사악한 굥꽝철이 횡포에 맞서 어린왕자 댄둥과 함께 지구까지 오게 된 반신반인의 존재. 댄둥의 '혁명의 아내'이다.
# 천재 : 지식인을 의미한다.
"승리하세요. 소금주머니 준비하고 있을께요. 굥꽝철이 반드시 공중에 걸어요. 거미 동지가 도울 거여요."
혁명의 아내 아리아씨 치맛자락 눈에 삼삼 밟히는 밤에....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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