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숫자 김문보의 사랑연곡
1004
일평생 만날까 말까 하늘 돌고 땅을 돌며 돌고 돌며 서원한 사랑 그대 나의 천사여 칼 든 천사여
2025. 4. 김문보
--------------------------------------------- * 칼은 '아내의 바가지'를 의미하기도.
* 꽝철이 : 좁은 물 웅덩이에서 오래 산 이무기. 용이 되려다 실패하고 가짜 용 행세를 하다가 인민들에게 쫓겨 남. 씨앗 자체가 뱀이기 때문에 절대로 용이 될 수 없는 종자. 주로 갱상도 지방을 기반으로 서식한다. 콧구멍과 이마가 비스듬히 하늘로 뚫려 있어 비를 몹시 싫어한다.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린 것은 비를 못오게 하는 주술적 행위다.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횃불을 들고, 징과 꽹과리를 치며 꽝철이를 쫓아낸다.
하지만 꽝철이는 자기 집 아크로비스타 웅덩이로 돌아가며 "다 이기고 돌아왔다" 는 이상한 주술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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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든 천사
암만 생각해도 지난 12.3 내란의 밤은 그대, 어린왕자의 아리공주 천사의 힘이 작용한 듯 싶소
그날 밤 꽝철이는 두 개의 사악한 혀를 나불대며 오래전부터 준비한 독기를 내뿜었지
"싹 잡아들이라" "의원들 끌어내" "의회 예산 다 끊어" "비상입법회의 예산 뽑아" "시신백 1만 개도 주문해"
* 희안한 일이 벌어졌소 시민들이 군인보다 빨랐고 야당 의원들은 일사불란 목숨 걸고 정족수를 채웠소
군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꽝철이는 우왕좌왕 마지못해 계엄을 해제했소 천운이 따랐지요
시민과 군인과 국회 사이 한 박자만 안 맞아도 큰일 날 뻔한 밤 나라 망할 뻔한 밤 하늘이 도왔어요
* 그 날 밤은 기적이었소 세계가 지켜보는 중에 민주주의가 승리한 밤 비폭력 평화가 이긴 밤
시민들은 징과 꽹과리와 횃불로 차가운 눈발 아스팔트 뚫고 마침내 꽝철이를 쫓아냈소 푸른 새싹 봄꽃 피워냈소
암만 생각해도 이건 기적이오 그대, 어린왕자의 아리공주 천사의 힘이 작용한 듯 싶소 칼 든 1004, 그대의 마법이 작용한 듯 싶소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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