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그녀 김문보의 사랑연곡
이대로도 너무 좋아
내 애를 태우고 내 속을 바짝 말려 놓고는 그녀가 훅 들어와 앉았다
한다는 말이 "나 빨갱이야, 게릴라야"
전사(戰士)의 붉은 심장을 가진 그녀도 찐분홍빛 사랑을 한다
그런 그녀를 나는 아늑히 따뜻한 섶으로 감싼다 애타느라 바짝 마른 내 가슴 이다
불만 붙이면 둘이서 화르륵 타겠지만 이대로 품은 것도 너무나 좋다
----------------------------------------------- # 일제강점기 무장투쟁을 포함하여 가장 실질적이며 강렬하게 항쟁한 사람들에게 일제가 갖다붙인 호칭이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는 말입니다. 불만을 가진 불순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안중근 유관순도 다 불령선인이었습니다. 이들 불령선인들 대부분은 사회주의자로 변신해 갔습니다. 독립투쟁의 가장 큰 흐름으로 인민 대중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주로 무장 폭력투쟁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곱게 해서는 일제를 몰아낼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해방이 되자 한반도를 통해 사회주의 확산을 막고,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미국은 군정과 이승만을 앞세워 사회주의 불령선인들을 북으로 쫒거나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 분단의 시작입니다. 일제에 부역하며 동족을 배신한 대가로 잘 먹고 잘살던 악질 친일파들은 해방 초기엔 산으로 도망가거나 멀리 숨어서 바짝 엎드려 지냈습니다.
하지만 미군정이 자신들의 치세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회주의 불령선인 출신들을 탄압하고 배제하며, 친일파들을 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쪽 나라를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친일파들은 다시 낯짝을 들고 활개치며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지독한 매카시, 멸공을 천명한 반공애국자로 둔갑이 이루어졌습니다. 악질 친일파들이 반공투사로 애국자 행세를 하며, 일제강점기 진짜 애국자였던 불령선인들을 빨갱이 소탕이라는 이름으로 씨를 말려간 것이었습니다. 그들 뒤에 미국과 이승만과 기독교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한국내 기독교를 포함한 극우세력들이 북과 대결만 하려하고, 미국을 숭배하며 비굴하게 구는 것은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그들은 일제 대신 숭배대상을 미국으로 바꾸어 나라의 자주와 평화, 통일비전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DNA는 본질적으로 민족과 나라를 버리고 친일로 호의호식하던 반민족주의자들에 닿아 있습니다. 더 멀리는 명나라가 망해 가는데도, 의리 지킨다며 실용을 경안시하다가 병자호란 전쟁을 유발한 조선 인조정권과 앞뒤 꽉막힌 사대주의 양반들에 닿아 있습니다.
반면, 반독재 민주를 부르짖은 이 땅 양심세력은 그 DNA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에 닿아 있습니다. 극우 세력은 양심세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 무조건 이들을 좌파빨갱이라며 폄훼합니다.
우리나라의 남북분단과 대결, 반공매카시즘, 빨갱이 타령, 극우세력의 준동, 기독교의 반평화 반민족 반역사적 돌출행동에는 대략 이런 뿌리와 사정이 있다 하겠습니다.
빨갱이라는 말은 독립 애국세력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나도 빨갱이야"라고 외치는 그녀는 그래서 훌륭한 여전사(戰士)임에 틀림없습니다.
# 김문보는 필명입니다.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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