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 규탄 성명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4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석 달 만에 물러난 이동관, 여섯 달 만에 물러난 김홍일에 이어 이진숙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지경으로 부적격한 인물들이다. 국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KBS 신임 사장에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임명하여 KBS를 장악하고 YTN을 민영화한 윤석열 정부는 마지막 남은 MBC마저 친정권화 하려는 야욕을 그침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는 2010년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에서 홍보국장과 기획조정본부장직을 수행하며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노조 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다. 또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밀실 논의를 통해 MBC를 민영화하려고 했던 정황도 드러난 바 있다. 기획조정본부장 시절인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을 하는 동안 ‘트로이컷’이라는 보완 프로그램을 직원 동의 없이 설치하여 직원들의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불법 사찰한 것도 밝혀졌다. 이에 2016년 대법원은 김재철 전 MBC 사장과 함께 이진숙 후보자를 공동 불법 행위자로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그에게 반성이나 성찰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이진숙 후보자는 MBC의 ‘전원 구조’ 오보 논란과 유가족 조롱 보도 등을 방관하였다. 이태원 참사 직후 자신의 SNS에 ‘종북주사파가 배후’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5·18 광주민주화에 대한 폄훼 입장에도 동조하는 행위에도 가담하였다. 이러한 극단적 처신은 문화예술을 대하는 시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진숙 후보자는 예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인정받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 작품에까지 좌파영화니 우파영화니 딱지를 붙이는 편협한 예술관을 공공연히 설파했다. 극단이 내면화된 그의 일관된 행태를 볼 때, 지난 보수 정권이 자행했던 블랙리스트가 노골적으로 전개될 것이고 방송구성원들은 위협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게 뻔하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방통위법 1조 1항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할 방통위의 수장으로 (인사청문회만 보더라도) 공공적 인식이 전혀 없는 이진숙을 임명하는 것은 방송 장악이자 공영방송 파괴의 폭거일 뿐이다. 종군기자 출신으로 전장을 누볐다는 그가 오늘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전장으로 돌진하여 국민들과 싸우겠다고 하는 행보는 헛웃음이 터지는 보기 드문 아이러니다. 그러나 방송과 언론 장악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기만성과 적대의 정치는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결단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악하고자 할수록 그들은 좁게 갇힐 것이다.
언론자유는 언론 구성원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작가들의 지키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동격의 것이므로 우리에게 결단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겪었고 또 겪을지 모를 방송 언론인들의 고난이 우리가 지난 시절 겪었던 블랙리스트 피해나 사상 검열이라는 고난과 다르지 않기에 우리 작가들은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살펴보면 사회 곳곳이 무지 무능한 정치 세력, 사익 세력들에 의해 병들고 저급해지고 있다. 국격은 떨어지고 민생은 활력이 돌지 않는다. 예술에 대한 지원도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그들이 장악해서 만들려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인가. 밑도 끝도 없는 바닥인가. 부당하고 부정의한 권력에 불복하는 그 뜨거운 손들에 우리 작가들도 손을 얹는다.
2024년 7월 25일(목) (사)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회·자유실천위원회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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