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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골 할배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5/09/08 [14:46]

토골 할배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5/09/08 [14:46]

토골 할배

 

 

 

김문보

 

비 오는 날은 우리 할배 쉬시는 날

그 날은 우리 할배 책 읽으시는 날

심청뎐 구운몽 옥당춘뎐 춘향뎐...

 

할배 방 실겅에 한글 딱지본 고전이

수북했다

한 권 골라내어 소리내어 읽으신다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겨울 긴 밤엔 그 책 한 권 들고

동네 할매들 모이는 소동 할매집을

찾았다

 

우리 할배, 글 모르는 할매들 빙

둘러앉은 방 복판에 앉아

목청껏 옥당춘뎐을 읽으셨다

 

*

"오늘은 요기까지..."

갑자기 읽기를 멈춘다

할매들이 애가 달아 구판장에 가신다

 

노란 알루미늄 두 되짜리 주전자에

막걸리가 찰랑댔다

깊이 묻은 김장김치 동치미도 나왔다

 

할배께선 한 대목을 더 읽어내리신다

목침 베고 누운 할매, 벽에 기댄 할매

할매들이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했다

 

호롱불 밑 그 겨울밤 우리 할배는

동네 새모테 골목이 낭창하도록

할매들한테 책 읽어주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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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골 할배 : 우리 할배 택호.

* 소동 할매 : 권씨 일가집 할매 택호.

* 실겅 : 방 천정 밑을 가로지른 선반.

* 새모테 : 소동댁이 있는 동네 골목.

동네 안에서 비교적 늦게 형성된

 

골목이라 '새모퉁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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