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청록파 시인 조지훈 탄생 100주년 그 울림은 무엇인가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10/2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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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아리랑=고경하 기자]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의 국어학자로 시대에 저항했던 지훈 조동탁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포럼이 지난 16일 경북 영양 그의 고향마을에서 열렸다. 
 
올해로 시인 조지훈 탄생 100주년을 맞았으나 관련 문화행사은 대부분 위축되었다. 2020년 정초부터 창궐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탓이다. 
 
이런 와중에 문예지 ‘PEN 문학’ 최근호에서 시인 조지훈의 삶을 장남 조광렬 씨가 쓴 사부곡(思父曲)을 접하고 쓴 장재선 씨의 글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먼저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조 씨는 ‘아버지가 남긴 교훈’이라는 글에 절절한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70대 나이 아들이 반세기 전에 타계하신 아버지 시인 조지훈을 그리워하며 새긴 교훈은 ‘죽음과 더불어 살라’는 것이었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세상 권력과 이익을 탐하는 모든 것을 지훈은 경계했던 것이다. 조 씨 글을 계기로 지훈의 삶을 살피니 지금도 그 울림이 컸다. 일제 해방 후 조국의 분단으로 정치 · 이념 갈등이 극심한 사회와 나라에서 지식인의 표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지훈은 지천명(知天命)을 넘기지 못한 채 48세에 단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짧은 생애임에도 시인, 국어학자, 교육자로서 그가 남긴 업적은 방대하고 찬란하며 돌올하다. 
 
지훈의 그 업적들은 어쩌면 어린 시절 백일해를 앓은 이후부터 줄곧 질병과 동행하며 얻은 것이었다.  그는 타계 직전에 시 ‘병(病)에게’를 썼다. 
 
그 중 한 대목이다.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그는 쫓아내도 다시 오는 병을 증오하는 대신에 삶을 성찰하는 촉매로 삼았다. 이 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동행하게 된 오늘의 우리에게도 인간만의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에 대한 각성을 주며 성찰을 통한 사고의 지평을 넓히게 한다. 시인 조지훈은 지병을 통해 늘 죽음을 벗하며 삶의 허욕을 버리려 했다. 그런 생사관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비극적으로 겪어야 했던 가족사와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의 아버지 조헌영은 제헌 의원(이승만 정부 시기)이었는데 6·25 한국전쟁 때 납북이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로 인해 울화병을 얻었고 피란지에서 세상을 떠나갔다. 
 
구한말 사헌부 대간을 지냈던 할아버지 조인석은 한국전쟁 중 좌우 이념 진보와 극우대립으로 문중이 갈등을 반복하자 자결로 삶을 끝냈다. 시인 지훈은 참혹한 일들을 겪으며 다음과 같은 지론을 품게 됐다. 
 
“경박한 진보주의보다는 성실한 보수주의가 역사에 더 많이 기여한다.”
 
동시대 좌파, 진보 지식인들은 지훈의 보수주의를 못마땅히 여겼으나, 지성계에서 그의 위상을 흔들지는 못했다. 그의 좌우이념을 초월한 의로운 지사적 우국충절(憂國忠節)이 그의 생애 내내 일관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시인 조지훈은 20대에 조선어학회 ‘큰사전’ 편찬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았지만 끝끝내 일제에 협력하지 않았다.  미완의 4·19 혁명 때에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주도했고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이끌어 냈다. 이후 5·16 군사쿠테타세력에게 잠시 기대를 했지만 군부독재의 길로 접어들자 저항의 철필로 강력히 비판했고, 박정희 정권의 입각 제의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그는 기개를 지켰다.
 
그는 정부와 권력이 어떤 명분을 내걸더라도 불의를 행한다면 분연히 맞서 싸우는 것이 지식인의 지조이고 양심이라고 했다. 그는 그의 말을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언행일치 삶을 살아가는 시대의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그가 살아 있다면 민심의 저변에서 ‘시무(時務)’ 상소문과 ‘만인소(萬人疏)’가 잇따르는 오늘의 상황을 무엇을 어떻게 바라 볼까? 조국의 분단된 땅을 평화통일로 만들어 가는 평화의제는 뒷전이고 서로 진영의 정치 이익을 위하여 독선과 독점의 논리로 사회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나라의 분단을 고착화 시켜 나가며 역사를 역행하는 정권의 전횡조차 옹호하는 ‘어용 지식인’들을 그의 맑은 영혼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까?
 
겉으로는 민주, 개혁, 진보, 정의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갖은 이득을 챙기며 자기 실리만 추구하는 ‘입 진보’들을 미리 알고 예견이라도 하듯이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살아 있는 세상에서 눈앞의 이익과 명예만 팔리지 말아라. 더러운 이름을 남길 양이면 이름 없이 살다가 죽어가는 것도 얼마나 부러운 일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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