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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구름다리

채상근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3/04/25 [19:59]

[시] 구름다리

채상근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3/04/25 [19:59]

구름다리

 

채상근 

 

아무도 모르게 우주 전체가 모르게

남으로 북으로 다리를 놓는 거야

슬며시 남쪽 서울에서 시작하고

살며시 북쪽 평양에서 시작하는 거야

 

우리끼리만 알고 시작하는 거야

유엔군이 점령한 판문점이 잠든 시간에

휴전선에 보름달이 훤하게 비출 때

하늘 높이 구름다리를 놓는 거야

 

다리를 건너가 닿는 곳이 평양이고

다리를 걸어가 도착하는 곳이 서울이고

검문도 없고 신분증이 없어도 가고

다리를 건넌 사람들은 안 돌아와도 돼

 

왜냐하면,

하늘에 놓인 구름다리는

세상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유로운 새들이 날아다니는 길이니까

 

 

채상근

1962년 강원 춘천 출생. 1985년 무크지 시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거기 서 있는 사람 누구요』 『사람이나 꽃이나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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