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정세화 시집 『바람, 너에게 물어도 돼』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6/07/21 [20:19]

정세화 시집 『바람, 너에게 물어도 돼』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6/07/21 [20:19]

 

 

■ 시인의 말

아침이라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5분이

다. 별을 불러보는 시간도 지났고 일어나 얼쩡대기도 애매한 시간이

다. 출판하는 시집의 머리글을 써야 하는데, 퍼뜩하면 쓸 수 있는 500

자 좌우이니 큰일도 아닌데 낮에 써놓은 글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시를 쓸 때도 쓸 때는 신나서 쓰고 읊조리다가 다시 들여다보면 또 

수정할 데가 생기고 마음에 안 들고… 종이였으면 너더너덜 헤져서 

본 모양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을 터이다. (다행히 핸드폰 메모지 

타자 중) 일필일휘 가끔 써놓고 손댈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글들이 있

다. 나조차 무슨 정신으로 썼고 이해는 맞는데 손을 댈 엄두가 안 나

는 글, 신들린 글이 있다. 항상 그런 글을 탐한다만, 대부분 쓰고 지우

고 찢어버리고 머리 탈탈 털리도록 다시 써놓고도 또 마음에 걸려 

계속 얼쩡대고…

시는 내 생명과도 같아 소중함에 함께 숨 쉬고 그 희열에 하늘을 

날고 부족한 퍼즐의 아픔에 뼈를 갉아내도록 사무친다만 못 닿은 언

덕에서 마음 졸이고 더 알맞는 그 쪽수를 찾아 미치게 안달을 쳐야 

하는 미지의 세계다. 그 회오리에 사정없이 휘말려들어 나뒹굴면서 

온몸을 만신창이 되게 굴리는데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시원히 꽹가리나 두드리면 못 맞춘 글귀가 튕겨나올려

나… ??? 남들이 미친년이라 손가락질해도 나는 외길로 가야 하는 

글의 하수인이다. 오늘도 그 5백자의 귀로에서 갈팡질팡 이러고 있

는 자신을 간신히 건져 올렸다.

 가끔 의미없이 씌여진 도서관의 어느 책을 덮으면서 아쉬웠던 마

음, 나는 절대로 남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우주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변함없는데 나조차 알 수 없는 나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어느 누구의 마음에 따뜻하게 흐르는 온류이길 

기대해본다. 정녕 언젠가 내가 <좋은 책은 좋은 노래요>를 작곡하면

서 신났던 그 책들처럼 소중한 글이기를… 소중한 삶의 교과서, 따뜻

한 안위의 글귀이길… 그게 글을 쓰는 내 마음의 본연인데 나는 내 

자신의 왜소함을 항상 부끄러워해야 하는 인간이다.

 그냥 놔두었으면 그저 나만 혼자 보고 끝나버릴 외진 한쪽 구석에 

처박아둔 시쪼박들을 세상에다 빛보게 해주신 홍용암 편집장님께 

더 감사하다. 또 평소 남의 시집 한 권 제대로 훑지 않고 시를 쓰는 

나한테 시행을 바로 잡아주며 이끌어주시고 가르침을 주신 한국 고

흥작가회의 남선현 회장님께도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중국 연변 생

태문예 문학부 한태익 회장님은 보잘것 없는 내 글을 보석처럼 다루

셔서 여러 곳에 응모해주셨다. 하여 잡지에 신문에도 실리고…

이제 휘어진 어제의 달을 보내고 내일이라는 빛나는 태양을 마음

으로 뜻깊게 받는다. 고마움과 은혜와 감사가 사는 날들 안에 행복 

그 향기로 이 땅에 남겨질 것이다.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축복하면

서…

 

2026년 봄

의란산 언덕 위에서, 저자 정세화

 

 

차 례

시인의 말 4

제1부 그녀가 차린 향연 파티 

마음 길 13

아, 시 너는 14

톱 레이디 16

여인의 자리 18

풀, 내 손 19

나의 시 20

산지기 22

관덕리 사랑 24

내 진정 사랑하는 26

시를 바쳐요 28

바람아 아리랑고개 넘지 마라 29

파란 꽃 소리 듣는가 32

겨울 오기 전 34

마음 35

그 여름의 꽃처럼 지나가세요 36

제2부 굿 모닝 나의 사랑!

정인 41

우리 춤 한 번 춰 봐요 42

너와 나의 자리 44

나를 사랑하는 법 45

다데르 46

내 사랑은 47

해와 달 서로를 비추다 48

못난 사연 50

별무리 언어 51

그리움 52

굿! 나의 모닝 54

작별 고하는 용기 56

니가 꽃 되어라 58

나락의 감동 59

루시 60

가을 좋습니다 62

마루밑 아리에티 64

모습 66

흐리흐리 68

세월아, 나 좀 내려줘 69

탐나! 70

나는 어데개? 72

엄마의 늙어보니 74

잡담 76

한, 중, 일 78

한 독서 80

그녀의 어깨에 내린 빛나는 별에게 82

제3부 나는… 나는

그리움 사는 세상 85

나는 나는… 86

만월 88

나는 왜? 90

피안 91

비애하다 92

봄, 그 빛에 내가 젖는다 94

아픔 언저리 96

나는 무엇인가 97

그리워 98

괴로움이 이끄는 경지 99

절연 100

단발머리 101

눈물비 102

코로나 후유증 104

수연 106

술병 108

천상의 연인 109

후목가조 110

가여린 봄 112

제4부 숲이 내준 길

타박타박 117

소리 역설 118

바다의 도 120

참 된 자리 122

업장 124

편안도 126

뽕밭 128

생과 사 129

반산도 130

시몬은 구름 저쪽 132

세간 134

애 135

이음줄 136

늦깎이 138

삼경 140

결례 141

도란 무엇인가 142

낮은 곳의 지혜 144

건진 145 

구름이 그린 연화 146

영들의 파티 148

반달 150

옛날 기도 152

감사의 자리 153

제5부 타향의 정취 고향땅에서

고향 천당 157

오랜 만 158

여수, 너는 나의 걸음 안에 행복 주네 160

나에게 글이 있어 다행입니다 161

팔영산에서 162

대가 164

파란 풍뎅이 팔영 숲에 머문다 166

명당 168

또 하나의 고향에 두고 가는 글 170

아버님 전 상서 172

 

바람아 아리랑고개 넘지 마라

 

감나무에 둥근 달 걸리고

철새는 옛 둥지 찾아든다

훠궈, 마라탕, 쑈룽보우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닌 것

천태만상 각양각색 내 것인양

뽐내는 대림의 거리

시끌법썩 사람들 모인다

 

양꼬치 소주 한 잔

달빛에 아련한 지친 그림자

고인 눈물 얼룩져

삶으로 묻힌 날

변함 없는 계절

흔들리는 사람들

그 이름 조선족

 

굶주린 배 흰살로 동여매고

찾아 떠난 동토의 땅

세한에도 소나무

충절 지켜 무명자락 붙들고

견뎌낸 세월이거늘

 

일제에 짓밟힌 내 나라 찾으려고

백두봉 험한 준령 넘나들다

이름 모를 산기슭에

열여덟 꽃으로 묻혔거늘

 

아스라한 새벽녘 별 헤는 밤

그리 지나가니

어쩌다가 감추고 싶은 존재

부끄러운 이름 되었더냐

 

귤은 한 나무에서 꽃이 피어

그 열매 각 가지에 맺힌다지만

그 뿌리 하나 그 열매 한 알 

시면 뱉고 달면 삼키나

 

천지 자연 허물이 자손이거늘

뱉는다고 뱉어지고

밟는다고 밟혀지나

파도에 부딪혀 그 이름 지운 이

설움도 한도 한 가슴 

 

여운의 강기슭 무거운 이슬로 오니

애잔한 그리움 시린 빛 차오른다

밤 새워 울던 부엉이 울음소리

그 안에 몸부림치다 잠든

또 다른 별들까지도

 

고향의 날 그리워할 제

광개토대왕 그대의 굳은 돌비석

한 끝 숨 그 옆 맴돌아 사연 고한다

 

세속에 흐르지 않는

두만강 흘러

바다의 뜻 따르고

몽골몽골 쏟아낸 이명

뒤늦게 주어 담으니

 

부탁허마 차가운 감자야

아무나 가는 길

아무것도 아닌 길

궁극에 무에 이르고야 마는 것을

광란의 파도 텅─비고나면

완연한 봄빛 이 땅의 평화 찾아줄 테니

 

바람아 바람

아리랑고개 넘지 마라

흰 파도에 주름질라…

 

  • 도배방지 이미지

정세화, 재중동포시인, 재중동포작가통일문학회, 바람, 너에게 물어도 돼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